2020년 11월 30일

계약언어뿐만 아니라 실정법에도 존재하는 불명확성

계약언어뿐만 아니라 실정법에도 존재하는 불명확성

스마트계약을 활용한다고 하더라도 기존의 실정법 질서를 벗어날 수 없다면,

계약 조항뿐만 아니라 실정법의 방대한 법리들까지 프로그래밍 언어로 작성해야 하는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종이 계약서로 치면 관련법령의 내용이나 이를 해석하기 위한 지침(판례, 주석서 등)을

모두 기술해 넣어야 한다고 비유할 수 있다.

그런데 모호한 불확정개념은 민법을 비롯하여 계약을 규율하는 실정법에도 산재해 있다.

많은 법규나 법리들은 요건-효과의 구조를 취하고 있어 조건-결과로 이루어진 프로그래밍 언어의

조건문으로 변환하기에 적합하다고 생각할 수 있으나,

수많은 법적 분쟁들은 요건의 충족 여부가 명확하지 않아 발생한다.

가령 부동산 유치권의 점유는

‘물건과 사람의 시간적ㆍ공간적 관계와 본권관계, 타인지배의 배제가능성 등을 고려하여
사회 관념에 따라 합목적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물건,’ ‘사람,’ ‘시간적ㆍ공간적 관계,’ ‘지배,’ ‘배제가능성’, ‘사회관념’, ‘합목적적’ 등

모든 단어가 불명확하다고 보더라도 과언이 아니다.

이 판단기준을 컴퓨터가 명확하게 이해하고 처리할 수 있는 프로그래밍 언어로 옮기는 작업은

현재의 자연어 처리기술을 동원하더라도 가능하지 않아 보인다.

더구나 실정법은 새로운 법률의 제정이나 기존 법률의 개정, 폐지 등으로 계속 바뀌는데,

스마트계약은 불변성 탓에 이러한 변경에 대응하기 어렵다.

스마트계약이 법률의 변경을 고려하지 않고 자동실행될 경우 자칫 위법한 집행이 이루어질 우려도 있다.

스마트계약으로 주택임대차계약을 체결한 사안을 가정해보자.

2019. 7. 30. 제21대 국회를 통과한 개정 주택임대차보호법은 임차인의 계약갱신요구권을

도입하고 있어(개정법 제6조의3), 임대인은 임차인이 적법하게 갱신을 요구하면

계속 거주를 허용하여야 한다.

그런데 스마트계약이 법률의 개정을 반영하지 못하여 기존에 작성된 프로그램 코드대로

임차인의 건물 출입권한이 정지된다면 법률을 위반하는 결과가 일어날 수 있다.

이에 대한 대책으로 국가가 공공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여 관련법령이 개정된 경우

스마트계약이 변경사항을 호출하여 당사자들이 개정법에 맞추어 스마트계약의 내용을 변경할 수 있는

코드를 미리 삽입해 두는 방안이 제시된다.

그러나 법령의 개정을 스마트계약에 곧바로 반영하기는 쉽지 않다.

개정 주택임대차보호법만 보더라도 계약갱신 요구권의 예외사유로

‘임대인이 목적 주택에 실제 거주하려는 경우(개정법 제6조의3 제1항 제8호)’나

‘그밖에 임차인이 임차인으로서의 의무를 현저히 위반하거나 임대인이 임대차를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가 있는 경우(개정법 제6조의3 제1항 제9호)’를 들고 있는데,

불명확한 개념이 포함된 위 사유들을 명확한 프로그램 코드로 변환하기는 어렵다.

더구나 신법은 관련 사례나 판결이 집적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어려움이 가중된다.

또한, 법령의 변경을 추적하고 변경내용을 반영하는 데에 많은 비용이 지출될 것으로도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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